그라민은행 이야기 - 착한 자본주의를 실현하다

★ 해리 채핀 미디어상 수상작!
★ 뉴욕공립도서관 헬렌 번스타인 도서상 수상작!
★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선정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아직도 이 세상에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본디 부자들을 위한 곳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은행에 맡길 돈도 없고 은행 역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은행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권리가 있다는 유누스의 ‘위대한 인권선언’은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아니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부자만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음을 유누스와 방글라데시의 시골 여인네들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의 개요

이 책 『착한 자본주의를 실현하다, 그라민은행 이야기』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방글라데시의 어느 특별한 은행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세계 최초로 오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은행, 바로 그라민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은행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무함마드 유누스에 의해 1983년 설립되어,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오로지 신용 하나만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다.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권리가 있다’는 강한 신념 아래 무보증·무담보의 소액신용대출제인 ‘마이크로크레디트’를 고안해냈으며, 이는 가난에 절망하는 수많은 빈민들을 절대 빈곤의 해악에서 구해내 그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였다. 그라민은행은 물고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법을 취하기보다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립과 자활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갱생의 가능성을 제시한 혁신적 은행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언론학 석사 과정을 끝마친 뒤 우연히 한 친구를 통해 그라민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고, 이후 이 은행이 거둔 놀라운 성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먼 북미의 상공을 가로질러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농촌 마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라민은행을 이끌어가는 열정적인 은행 사람들, 은행의 설립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가난한 농촌 사람들과 진솔한 모습으로 만나, 결국 그들이 빚은 위대한 실화를 한 권에 책에 담아내기에 이른다. 이 책은 그라민은행의 탄생, 설립 과정, 조직체계, 운영 방식 등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다룬, 어느 성공한 사회적 기업에 관한 정직한 보고서이자, 그라민은행의 설립자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라민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라민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그라민은행 최고의 안내서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돈이 인간보다 상층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 현실에서 ‘착한 자본주의’를 향한 뭇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웃음과 눈물의 시간들을 엿볼 수 있는 한 편의 뜨겁고도 찬란한 기록이다.

책은「그라민은행의 탄생」, 「그라민은행의 새로운 문화」, 「그라민은행의 도약」, 「그라민은행의 사람들」, 「그라민은행의 도전」, 「그라민은행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내용은 저자 본스타인의 치밀한 사전조사와 생동감 넘치는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먼저 1장 「그라민은행의 탄생」에서는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근무 중이던 유누스가 어떠한 이유로 그라민은행을 만들게 되었는지 은행의 탄생과 설립 과정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며, 2장 「그라민은행의 새로운 문화」에서는 그라민은행이 기존 은행과 어떠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은행의 운영 방침과 조직체계 등을 알아본다. 3장 「그라민은행의 도약」에서는 그라민은행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진일보했는지 은행의 발전 과정과 시스템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며, 4장 「그라민은행의 사람들」에서는 그라민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은행 외부의 관계자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사연과 그라민은행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본다. 5장 「그라민은행의 도전」에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더 나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유누스의 도전정신과 계속되는 실험들을 살펴보며, 끝으로 6장 「그라민은행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는 그라민은행이 일군 많은 성과들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은행의 현재와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다각도로 생각해본다. 책 말미에는 부록 형식의 「국내의 소액신용대출 기관들」을 수록하여, 국내의 소액신용대출 움직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관련 기관들을 안내하였다.

이 책의 내용

가난 없는 세상을 꿈꾼 은행가
부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음. 반드시 가난해야 함. 여성 고객은 대환영.
보증? 필요 없음. 담보? 필요 없음. 갖춰야 할 유일한 조건? ‘신용.’

어느 맘 좋은 자선 사업가의 선심성 발언인가? 아니,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어느 은행의 대출 조건이다. 이 은행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가난해야 하고, ‘상식’적인 경로로는 돈을 빌리기 힘들어야 한다. 거기에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면 더욱 유리하다. 보증과 담보는 필요 없다. 신용, 단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적어도 이 은행은 그렇다고 믿는다) 신용 하나면 된다.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각지에 당당히 자리 잡은 그라민은행의 이야기다.

이 은행의 시작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경제학자인 유누스는 방글라데시 남부에 있는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그는 어느 날 대학 주변에 있는 마을을 거닐다가 작은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한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재료를 살 돈이 없어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원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그들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신용대출 프로그램을 고안해 실험적으로 운용해보기로 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여느 평범한 교수로 조국의 대학에서 근무 중이던 무함마드 유누스. 모든 일은 그의 신념과 열정에서 비롯됐다. 이 책의 1장과 2장은 주로 그라민은행의 탄생과 설립 과정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특히 유누스의 일화에 초점을 두고 다뤄진다. 막연한 소망을 구체적 현실로 이루기까지 무수한 낮과 밤을 고심하며 분투했던 이 은행의 설립자는 존재 자체로 커다란 감동이다. 더불어 설립 후 체계를 갖추면서 점차 조직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그라민은행의 모습이 사실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광경으로 묘사되고 있다.

1974년 방글라데시에 엄청난 규모의 기근이 닥친다. 유누스는 이 시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 주변의 마을 사람들 다수가 비참하게 굶어 죽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유누스는 그라민은행의 후일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 사건에 대해 빼놓지 않는다.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난 강단을 버리고 주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유누스는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의 추상성에 완전히 흥미를 잃고”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 대학 근처 조브라 마을의 농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구체적인 조사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거기서 거지나 다름없던 마을 여성 수피야 베굼과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된다.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하루를 근근이 먹고사는 수피야는 의자의 재료인 대나무를 살 돈이 없어 한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꾼 뒤로, 비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신이 만든 의자를 다시 그 고리대금업자에게 넘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것은 마치 노예 노동 같”았고, 그녀는 생계를 제대로 꾸릴 수조차 없었다. 유누스는 조사를 통해 마을 사람들 중 42명이 이 같은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며 수피야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데 그들이 마음 놓고 일하기 위해 수중에 필요한 기본적인 돈을 조사해보니 856타카(방글라데시 화폐 단위)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는 미화로 약 27달러 정도에 불과한 돈이었다. 유누스는 경악했다. “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42명의 유능하고 기술 있는 사람들에게 27달러도 줄 수 없는 이 사회에 대해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그들에게 우선 사재로 돈을 빌려준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접근조차 불허하는 제도 금융권에 반기를 들고 끝내는 자신이 직접 은행을 만들기에 이른다. 과연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라는 기본 운영 방침 아래, 일련의 실험기와 시범 지점 운영을 거쳐 1983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고, 오늘날 빈자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희망이자 믿음직한 이웃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그라민은행은 재정 확보 문제나 사회적 편견, 세간의 불신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 같은 여러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모국인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현재 아시아, 유럽, 북미, 아프리카에 등지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 책의 1장과 2장을 비롯한 책 전반에는 그라민은행의 설립을 둘러싼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책은 유누스가 어떠한 계기로 이 은행을 만들게 되었으며 누구의 도움을 받았고 어떠한 장애와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꼼꼼한 조사와 은행 관계자들과의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굴해내고 있다. 또한 기존 은행과는 설립 취지부터가 확연히 달랐던 만큼 그라민은행의 특성이나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도 세심히 기술된다. 방글라데시까지 직접 날아간 저자의 적극성 덕분에 우리는 그라민은행이 태어난 역사적 현장을 간접 방문하며 당시의 상황 속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이는 그라민은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그라민은행이 돌아가는 실질적인 모습이 궁금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라민은행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익하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되어준다.

사실 그라민은행을 만들기까지 유누스의 생각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이었다. 돈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당연히도) 가난한 사람들이므로 사회는 부자들뿐 아니라 마땅히 이 사회의 구성원인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하지 말라는 법은 본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금융기관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담보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담보가 금융업의 유일한 근거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은행들을, 부자는 더 부유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어 경제, 사회, 정치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해로운 동력으로 낙인찍어야 한다.”

그러나 예의 곳곳에서 차가운 눈초리가 쏟아졌고 누구 한 사람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세상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터무니없다 일갈할 뿐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한 남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은, 따라서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편견, 부정과 부패, 특권의식으로 얼룩진 세력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여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유누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지나기 꺼려하는 좁고 불편한 길만을 골라, 그러나 가장 인간다운 행보를 이뤄온 사람의 인생, 그리고 그가 만든 어느 놀라운 은행의 이야기는 그리하여 먹먹한 내일의 어둠 속 가장 빛나는 별처럼 보인다.

이제 이 특별한 은행에 대해 좀 더 살펴볼 차례다.

그라민은행, 착한 자본주의를 실현하다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다. 이는 대단한 ‘혁신’이었다. 또한 엄청난 ‘모험’이었으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실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민은행은 해냈고, 지금도 변함없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3장과 4장은 주로 기업으로서의 그라민은행의 면모를 들추고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어떤 점들이 그라민은행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은행이 돌아가는 실질 시스템을 들여다보며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불어 그라민은행과 관련된 사람들, 즉 이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 및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떠한 계기로 그라민은행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이들의 눈에 비치는 그라민은행의 모습은 어떠한지 등을 직접 들어본다.

그라민은행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은행과 방향을 달리 한다. 먼저 이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대다수의 가난한 계층을 이루는 땅 없는 농민들을 위해, 도시가 아닌 “농촌 마을에만 있다. 이것은 은행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하자면 기존의 통념을 뒤흔드는 방식”이다. 또한 남성 우위의 보수적인 이슬람사회에서는 가난한 여성이야말로 생계의 위협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라민은행은 이 여성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즉 이 은행은 주로 땅 없는 가난한 농촌의 여성들에게 “소액으로 단기 대출을 한다.” 그라민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돈을 빌리는 여성의 가족이 소유한 자산이 은행이 정한 기준 아래”임을 입증해야 하며, 담보나 보증은 필요 없다. 대신 돈을 빌리는 사람은 “5명의 채무자로 구성된 모임과 이런 모임 8개가 모여 40명의 채무자로 구성되는 센터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지의 여부를 “은행이 아니라 바로 이 모임”에서 결정한다. 만일 “다섯 사람 모두 제때 빚을 갚으면 그 뒤로도 계속해서 돈을 빌릴 때 신용거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빌린 돈은 한꺼번에 갚지 않고 적정 수준의 이자를 붙여 매주 조금씩 나누어 갚는다. 이것이 바로 그라민은행 운영의 핵을 이루는 소액신용대출의 기본 원칙이자 이 은행의 회원들이 돈을 빌리고 갚는 일상적인 구조이다. 그라민은행으로부터 출발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즉 무담보·무보증의 소액신용대출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으며 각 지역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되어 현재 전 세계 빈민 구제에 가장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유누스는 이 책에서 기존의 은행을 “가난한 사람, 땅이 없는 사람, 못 배운 사람, 여성들을 인정하지 않는 기관”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그는 그라민은행을 ‘가난한 사람, 땅이 없는 사람, 못 배운 사람, 여성들을 인정하는 기관’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그라민은행은 다른 은행과 무조건 반대 방향으로 설계되었을 뿐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역설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그라민은행의 존재이유는 오직 소외받는 이들의 실질적 힘이 되는 데 있다는 일념, 혼탁하지 않은 이 목적의식이야말로 그라민은행을 성공한 사회적 기업의 전형으로, ‘착한 자본주의’의 기수로 이끈 커다란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에서 저자는 다카에 위치한 그라민은행의 본사, 유누스의 사무실, 직원들이 기거하는 기숙사, 그라민은행 회원들의 집, 각 지역의 센터 하우스 등 그라민은행과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 않고 발품을 팔았다. 거기서 만난 각양각색의 많은 사람들, 적재적소에 배치된 이들의 목소리는 그라민은행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그라민은행의 진짜 얼굴은 정갈히 편집된 기업 홍보 책자가 아닌, 은행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특히 은행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가슴에 와 닿는다. 때로 그들의 사연은 절절하기 그지없다. 어디 한 군데 마땅히 손 벌릴 곳 없는 가난한 부모는 집 안에 꼼짝없이 들어앉아 가족을 굶겨야 하고, 심지어 아이가 병에 걸려 죽어갈 때에도 그 모습을 무기력하게만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일례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던 자신의 아이에게 “돈이 없어 사주지 못했다”는 어느 여성 회원이,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아이가 죽었노라 슬퍼하는 대목에선 우리는 그녀와 더불어 촉촉해진 눈가를 느낀다. 그라민은행 회원들은 이 책의 여러 귀퉁이에서 저자의 옷깃을 붙들고 자신이 가난 때문에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 그간의 한 맺힌 세월을 토로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라민은행을 만난 이후로 각자의 인생이 크게 바뀌었음을 입을 모아 외치기도 한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받은 빈한한 영혼들. 누구보다 절박한 삶을 사는 그들의 생에 대한 의지는 기대 이상으로 훨씬 결연했다. 하지만 의지할 곳 없던 그들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곳은 오직 그라민은행뿐이었다. 이 은행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나 일일이 가난한 농촌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담보 없이도 돈을 빌려주겠다고 오히려 그들을 설득했다. 마침내 사람들은 은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하기 시작했고, 그라민은행이 뿌린 ‘희망의 종잣돈’은 닭이 되고 염소가 되고 과수가 되고 깨끗한 물과 튼튼한 새집이 되어 돌아왔다. 그라민은행의 소액신용대출은 이렇게 자립과 자활이라는 다디단 축복의 열매를 맺었다.

그렇다면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 책에 보이는 그라민은행 직원들의 헌신, 이들 종횡무진의 발걸음은 감동적이다. 이들은 시원한 사무실에 들어앉아 종일 장부만 쳐다보며 편하게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회원들을 직접 만나러 가기 위해 방글라데시의 악천후 속에 하루에도 수 킬로미터의 진흙 길을 걷는다.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은행에 갈 필요가 없어요. 은행이 사람들에게 가야 합니다. (……) 은행에 가면 줄을 서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규칙을 모르죠. 누군가는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쪽으로 가는 게 더 나아요.’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서류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거나 ‘안 돼요. 다음에 오세요.’라고 말하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몹시 주눅이 듭니다. (……) 우리는 거슬러 흐르는 물이에요. 다른 은행들은 위를 보지만 우리를 아래를 봐요. 다른 은행들은 당신보고 자기들에게 오라고 하지요. 우리는 직접 채무자들에게 갑니다. 다른 은행들은 당신에게 소유권을 요구해요. 우리는 그것을 잊으라고 합니다. 다른 은행들은 당신에게 법률 문서에 서명하라고 하지요. 우리는 그러지 않아요. 그러면서 우리는 수백만 달러를 다룹니다.” 소외받은 자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어 보이는 우리네 각박한 사회에 유누스의 겸손한 메시지는 뼈아픈 반성의 여지를 남긴다.

자연히 그라민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통상적인 은행 직원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센터를 방문해 대출금을 상환받는 일 외에 회원들에게 반드시 “물을 끓여 마시”라고 강조하고 “아이들과 하루에 한 시간씩 대화”를 하라고 당부하며 집 주변에 계절마다 어떤 채소를 심어야 하는지 공부해오라고 시키는 은행원이 있었던가. 이들은 회원들의 일상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선생님처럼, 때로는 부모님처럼, 친구처럼 세심하고 다정하게 가난으로 피폐해진 자들의 삶을 돌본다. 그것은 필시 돈보다 중요한 가치이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자들의 비할 바 없는 행복인 것이다. 그라민은행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여성 직원 피로자 역시 그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점심을 먹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잊고 있었지요. 결국 아버지와 형제들은 내게 일을 그만두라고 강요하기 시작했어요. 나 역시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는 없겠군.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면 ‘안 돼. 가서 그들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겠어.’ 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참담한 기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 이 일은 참 특별한 즐거움을 줘요. 그라민은행이 내 세계의 전부일 때도 있어요.”

누군가 가난한 자들을 돕는 근본적인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 그들을 위한 은행을 만들었다. 딴 길로 새지 않고 처음 작정했던 바대로 초심을 지켰다. 공익이 영리에 우선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고, 부정과 부패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직원들은 보람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일했고, 은행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그라민은행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단 한 번도 거둔 적이 없다. 유누스는 이에 대해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다른 은행들은 당신을 잠재적인 사기꾼으로 가정하죠. 그래서 당신에게 돈을 빌려줄 때 담보로 묶어두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이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가정합니다. 이 두 가지 가정은 모두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만일 다른 은행과 우리 은행의 대출 상환율이 똑같이 98퍼센트라면 다른 은행들은 98퍼센트의 대출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이고 우리 은행은 98퍼센트의 대출에 대해 옳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라민은행은 ‘가난 없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대단한 비책은 없어 보인다. 그저 보는 바와 같이 모두의 노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소박하고도 정의로운 신념을 이처럼 정직하게, 치열하게 행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그라민은행의 진면목이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착한 자본주의는 어디쯤 왔는가. 아니, 애초에 착한 자본주의란 가능한 것인가. 그 대답은 그라민은행의 오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은행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리쬐는 태양을 뒤로 한 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가난한 농촌 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희망, 바로 여기에
그라민은행은 오늘날 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계열사들은 모두 그라민은행과 같은 착한 자본주의를 꿈꾸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각기 성공리에 독자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그라민은행은 많은 우여곡절과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점이 ‘그라민’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며 은행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 책의 후반부인 5장과 6장에서 우리는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본다.

그라민은행은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창설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하 1로 날다가 마하 2로 날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라민은행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모든 성장 예측을 초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들 거기서 그만 멈추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그러나 그라민은행은 안주하지 않았다. 이 은행은 성장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도전과 실험을 거듭하는 ‘괴상한 기업’이었다. 유누스는 좀처럼 움츠러들지 않았다. 사실 그의 생각은 이러했다. “우리가 그동안 가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해왔던 약속이 이제야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도 돼요.” 그라민은행은 좀 더 효율적으로 보다 빨리 가난 없는 세상에 다가서고 싶었던 것이다. 방법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는 법. 이에 “그라민은행은 대출 상한액을 올리고 여러 가지 새로운 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그라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회원들이 빈곤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에서 15년”이 걸렸다. 유누스는 이것이 불만이었다. 따라서 그라민은행은 “처음의 목적을 견지하면서 전통적인 조직의 운영 방식에서는 벗어났다. (……) 기존의 회원들에게 집중하고 그들이 될 수 있으면 빨리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들을 고안했다.” 가족대출, 계절대출, 기술대출, 2차 주택대출, 기계임차대출, 수도시설대출, 토지구매대출 등이 그것이었다. 그라민은행은 “모든 회원들이 더 잘살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있”다는 유누스의 이야기처럼 빈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들의 다양한 도전과 실험은 때로 은행을 적지 않은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결국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전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가 이 책을 보며 그라민은행에 경탄하는 것은 이 은행이 비단 순간에 얻을 수 있는 이익, 과도한 성장세,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누스는 이 책에서 “그저 빈곤선을 벗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이 은행의 도움을 받은 뒤에도 “홀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올해 빈곤선을 벗어난 사람들이 내년에 다시 빈곤선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다는 뜻이다. “그라민은행은 다시 배가 되었어요. 우리는 섬에 버려진 200만 식구들을 배에 태웠어요. 이제 우리는 배에 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까지 데려가야 합니다. 이 배는 이들 200만 가족들이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부자가 된다고 해도 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일부를 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뒤로 돌아가지도 않을 겁니다. 이 배는 이들의 것입니다. 우리는 소유주들에게서 배에서 내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강한 어조로 은행이 존재하는 날까지 원래의 소임을 다할 것임을 밝히는 유누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시대가 망각한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진정한 나눔과 책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009년 현재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 전역에 걸쳐 8만4,237개의 마을에서 2,554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직원의 수는 2만3,689명이고, 지금까지 돈을 빌린 사람은 780만 명이다. 놀랍게도 고객의 97퍼센트는 가난한 여성이다. 창설 이래 은행이 대출한 돈은 79억 7천만 달러에 이르며, 상환율은 정확히 97.94퍼센트이다. 1995년부터 외부 기금에 기대지 않고 은행에 예치된 회원들의 예금만으로 대출금을 조달하고 있다. 1993년 이래로는 흑자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그라민은행 공식 홈페이지에 대출과 관련된 정확한 자료들이 분기별로 업데이트된다). 또한 그라민은행은 세계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오늘날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 땅에서까지 이 은행은 빈민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다. 국내에도 그라민은행의 한국지부인 신나는조합이 설립되었으며, 그 외에 아름다운재단, 사회연대은행 등의 소액신용대출 기관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서민 대책의 일환으로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출은 인간의 자립과 자활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이다. 그러나 돈이 가장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이러한 금융 혜택에서 소외되어왔다. 그들은 왜 기회를 가질 수 없는가. 그라민은행은 이를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구조를 깼다. 이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을 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자금을 빌려주었다. 물론 그라민은행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이윤이 아니라 ‘가난 없는 세상’ 쪽을 향해 있었다. 어떤 가치를 우위에 두고 살 것인가, 어떠한 신념을 따를 것인가 하는 귀한 고민이 때로는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에서 깨닫는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무엇을 잊고 있는가. 바로 인간이다. “오늘날 우리가 경제학에서 배우는 전통적인 지혜는 개발이 진정으로 필요한 바로 그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다. 거대화와 자동화를 맹종하는 경제학은 19세기 사고의 잔재이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사상체계가 필요하며 그 체계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라민은행은 슈마허의 저 유명한 말을 그대로 실천한 기업에 다름 아니다. 이 은행은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을 위해 일하는 ‘착한 자본주의’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마을 은행은 그러면서도 어느 기업 못지않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즉 이 책은 그라민은행이 거둔 이러한 성공에 온 세계가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여러 깨우침을 우리는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고 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가난은 이미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구조의 문제임을 우리는 진즉에 깨닫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오늘날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가 빈자를 위한 은행이라는 것은 실로 역설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그라민은행의 일화를 통해 사회가 가난을 양산하는, 아니 최소한 그것을 방치하는 시스템만큼은 만들지 말아야 함을 힘주어 이야기한다. 또한 부를 위해서만 부를 일구는 작금의 자본 논리가 실은 대단히 위험하고도 편향적이며 그릇된 방식이라는 것을 강하게 일깨워준다.

이 책은 그라민은행의 궤적을 더듬어보고 은행이 쌓아온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그라민은행의 아주 특별한 안내서인 동시에 그라민은행이 누구에 의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어떠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그 실질적인 시스템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와 증언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만나는 그라민은행의 한결같은 행보는 진실로 가치 있는 기업이란 무엇인지,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것인지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좋은 귀감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어떤 희망을 발견한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방글라데시의 정겨운 농촌을 풍경으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 이 희망의 이야기는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가슴 벅찬가. 가난에 치이고 세상에 치인 사람들의 애절한 지난날, 돈보다 신념을 택한 뚝심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오늘, 그리고 이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 어떤 ‘착한’ 은행의 내일에는 무엇에도 비할 바 없는 묵직한 감동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윤 추구에 눈이 먼 거대 기업도, 무능한 정부도, 이기적인 논리로 조직된 단체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다. 우리는 그라민은행을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세상은 올바른 신념과 인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우리들 소박한 한 사람에 의해 달라짐을. 그는 다름 아닌 나, 그리고 당신이다. 그러므로 희망은, 멀지 않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라민은행은 어떤 곳인가?

그라민은행Grameen Bank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은행.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무함마드 유누스에 의해 1983년 설립되었다. ‘그라민grameen’은 벵골어로 ‘시골’ 또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신용만 있으면 누구든 돈을 빌릴 수 있는 무보증·무담보의 소액신용대출 제도인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를 처음 시행하였다.
1976년 고리대금업자의 횡포 때문에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을 여성 수피야 카툰의 사정을 알게 된 유누스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마을 사람들 42명에게 사재로 27달러를 빌려준 것이 이 은행의 시발점이 되었다. 유누스는 가난하지만 신용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단돈 27달러도 빌려주지 않는 사회에 좌절감을 느끼고, 이내 일련의 실험기와 시범 지점 운영을 거쳐 1983년 그라민은행을 법인으로 설립하였다. 이 3년간의 실험기에만 500여 가구,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에서 탈출했으며, 현재까지 그라민은행에서 대출받은 780만 명의 빈민들 가운데 60%를 상회하는 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대출금은 외부의 지원이나 기부금에 일절 의존하지 않고 100% 은행 회원들의 예금으로 충당하는데, 상환율이 98%에 이른다. 1993년부터 흑자 운영으로 전환되었고, 현재 84,237개의 마을에서 2,554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소액신용대출은 그라민은행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현재 아시아를 비롯한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지에 널리 전파되었다. 1997년 미국 워싱턴에서는 139개국이 참가한 제1회 국제 소액신용대출 정상회의가 열렸으며, 유엔은 2005년을 소액신용대출의 해로 정하고 2015년까지 전 세계 극빈층 약 10억 명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국내에도 그라민은행의 한국 지부인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등의 소액신용대출 기관이 설립되어 어려운 이웃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빈곤층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설립자이자 총재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공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공식 홈페이지 http://www.grameen-info.org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난 강단을 버리고 주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 무함마드 유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