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중세 유럽의 사본문화에서 꽃핀 책의 출발에서부터 20세기 초 서적 제작의 명장(明匠) 윌리엄 모리스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책'의 역사와 책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 지은이는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읽고, 쓰고, 만들고, 보관하는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체 19장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책'에 대한 얘기 몇 가지. 문자가 신성시되었던 중세에는 문자를 담고 있는 책은 신적인 존재와도 같았다고. 그래서 당시 책들은 한결같이 최고의 재료로 장식된-표지는 송아지 가죽이나 양가죽이 쓰였으며, 책의 장정에는 금·보석·진주·상아가 박혔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책이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장서가들의 이야기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 최고의 장서가였던 코시모 메디치, 진정한 독서가이며 애서가였던 나폴레옹(나폴레옹의 개인 사서는 진군하는 군영으로 늘 신간서적을 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희귀본을 너무 탐낸 나머지 여러 소장가들을 살해하고 교수형을 받은 에스파냐의 한 신부, 아끼던 희귀본을 단골손님의 청에 못 이겨 팔아넘긴 뒤 바로 손님을 살해해 책을 빼앗은 고서점상의 이야기 등 책 속에는 장서광과 애서광들의 열정(?)으로 빚어진 여러 사건들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이 외에도 책에는 유럽의 여성상과 독서 편력, 살롱문화, 금서, 책 편찬자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책을 가까이에 두고, 책을 읽으며, 책을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펼쳐보이는 즐거움에 쉽게 동참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