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사생활 엿보기

곤충을 관찰하는 것과, 곤충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곤충 분류학에서처럼 곤충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분류해주는 것에서 그친다면 이것에는 사생활을 엿본다라는 말을 붙일 수 없으리라. 이 책은 곤충들의 삶에 바짝 밀착하여 그들의 생태와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곤충 생존의 노하우와 의사소통 방법, 공생을 가능케 하는 오묘한 자연의 법칙들을 다룬다. 모래에 깔때기형 함정을 파서 먹이를 잡는 개미지옥, 포식자를 공격하는 병정진딧물, 서식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바뀌는 다양한 진화의 가능성을 간직한 사슴벌레, 사마귀와 선충과 강도래의 운명의 순환고리... 몸서리가 처질만큼 신기한 곤충들의 한살이가 이어진다. 엿본 사생활을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은밀하고도, 조금은 들떠 있다. 때로는 1인칭 시점에서 때로는 곤충과 이야기를 나누는 마법사인 양 다채로운 방식으로 서술되었다. 곤충의 삶을 통해 인간을 발견하고, 생명을 이야기하고픈 저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