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1

흔히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는 난세중의 난세로 표현되고 있으나, 이는 고금의 역사를 '난세亂世'와 '치세治世'로 이분법하여 바라보는 지극히 왕조 중심적인 시각이다. 보다 자유롭고 공평한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시대는 다양한 모색과 시도와 온갖 건설적인 실험들이 의욕적으로 행해졌고, 그 결과, '중국'의 아키타입(원형)이 되는 각종 요소들이 단계적, 점진적으로 성숙되어간 '결정의 시간'이었다 할 만하다. 열국지는 기본적으로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나 작가의 완전한 허구나 픽션이 아니다. ,,,, ,,,,,, ,, 등 춘추전국시대의 중요 문헌들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열람한 후 그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각색해낸 품위있는 고전이다. 에는 제환공·진문공 같은 위대한 패자, 관중·투곡오도 등의 기라성 같은 명신, 정鄭나라의 자산, 제齊나라의 안영, 오吳나라의 계찰 같은 불후의 현인 정치가, 맹상군·춘신군 등의 영웅호걸, 기나긴 와신상담 끝에 부형父兄에 대한 원수를 갚은 오자서, 극도로 청렴결백한 개자추 같은 충신-열사, 위환공·제환공처럼 패음무도한 암군暗君, 음녀의 대명사인 제齊나라의 문강과 진나라의 하희 등 영웅호걸들과 기인들과 풍운아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들을 통해 인생의 인과응보에 대한 교훈과 천리天理, 천명天命 등의 엄중함 등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으며, 인생의 인과응보에 대한 교훈과 천리天理, 천명天命 등의 엄중함 등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전통 역사소설들 중에 라는 큰 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큰 산 뒤에 라는 거대한 산맥이 떡 버티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김구용 역 신판 는 8년여에 걸쳐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완역한 세계 최초의 번역본으로, 선생은 이후 수십년간 원고를 가다듬어 고졸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책을 완성시켰다. 복잡다단한 춘추 전국 시대가 어떤 흥망성쇠 속에서 흘러갔고 당대의 제도·문물·생활상 나아가 모든 제후들의 관계, 연보 등은 어떠했는지 소상히 알 수 있는 2,700장 가량의 부록은 이후 단행본으로 정리, 출간될 예정이다.